↑ 10월 13일 금요일 퇴근시간임에도 거리에 사람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 사진=강혜원 인턴기자 |
진짜 '유령의 거리' 된 이태원
10월 13일 금요일. 한주의 마무리를 알리는 이른바 '불금' 저녁이지만, 이태원 거리는 비교적 한산합니다.
사고가 났던 해밀톤호텔 골목도 크게 붐비지 않았고 차분한 분위기였고, 핼러윈 행사나 할인 이벤트를 준비하는 업장들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맘때쯤 등장하던 귀신과 마녀, 유령 캐릭터 복장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어진 이태원 거리는 말 그대로 유령의 거리가 된 느낌입니다.
1년 전 참사가 일어난 현장은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란 이름의 명예도로로 지정됐습니다.
유가족과 지역주민 등이 사고 재발 방지와 희생자 추모를 위해 조성된 길입니다.
↑ 사진=강혜원 인턴기자 |
상인·시민 "이태원 참사 남의 일 아냐"
사람들 발길이 줄어든 이태원 가게 매출은 참사 이전 수준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아질 줄 알았는데…대출 갚으려면 한참 남았어요. 좀 더 나아지길 기다려야죠" MBN 인턴기자를 만난 술집 자영업자 김모(34)씨는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씨는 정부가 마련한 소상공인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버텼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매출 감소를 버티기 위해 외식하는 일도 줄이고 가족과의 시간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현장에는 여전히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네 꽃집에서 꽃을 산 뒤 추모 현장을 찾은 대학생 이 모(22)씨는 1년 전 참사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나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이 씨는 "저 역시 사고 당일 친구와 이태원에 가려고 했었다"며 "도저히 남일 같지 않았어요. 저도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책임론' 엇갈린 평가...개선 필요성은 한목소리
정치권은 지금도 이태원 참사 책임론을 놓고 공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재발 방지를 강조하면서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의 처리를 강조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진상 규명과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은 물론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1년이 지났지만 뻔뻔하게 책임을 부인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임자들을 보자면 인면수심 정부가 아닐 수 없다"며 "진상 규명이 곧 애도라는 마음으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대학생 채 모(21)씨는 정부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 기간을 주도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채 씨는 "이 사고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었다. 다만, 이전 사건에 대한 진정한 애도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범국민적인 애도 기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대학생 김 모(22)씨는 이태원 참사는 시민의식 부재로 인한 사고라는 입장입니다.
김 씨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압사 사고가 폐쇄된 곳도 아닌 길 한복판에서 일어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느냐"며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정부에게 돌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책임을 두고선 의견이 엇갈리지만, 여론은 국가 안전시스템 확립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중대 재해와 사고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과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더 이상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사진=강혜원 인턴기자 |
제2의 홍대, 연남 참사 없으려면…
올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젊은 청년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곳은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였습니다.
홍대 거리에는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 밤 9시에 추정 집계된 인파는 9만 명, 평소 주말 저녁보다 1.5배 넘는 숫자입니다.
많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고밀집 위험 골목길 중에서도 밀집도가 높은 ‘심각’ 등급으로 분류된 홍익로3길에서 시민들은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홍대입구역으로부터 나가는 인원과 들어가는 인원이 서로가 얽히지 않도록 우측통행을 유지했습니다.
경찰과 구청, 소방 등 관계 기관도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혼잡한 곳에는 경고 안내까지 내보냈습니다.
소방은 임시 응급의료소를 설치하고 구청은 합동상황실까지 꾸렸습니다.
지난 27일부터
지난해와 달리 인파 관리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그날도 그랬다면'과 같은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 인기척은 MBN '인'턴 '기'자들이 '척'하니 알려드리는 체험형 기사입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