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Z세대 점령한 탕후루...'식후탕' 신조어도
이제 금가루까지...각종 '이색 탕후루' 등장
전문의 "지속 섭취 시 당뇨 위험…단맛만 찾게 될 수도"
이제 금가루까지...각종 '이색 탕후루' 등장
전문의 "지속 섭취 시 당뇨 위험…단맛만 찾게 될 수도"
↑ ‘이색 탕후루’로 입소문이 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탕후루 전문점. 사진은 ‘골드 토핑’을 올린 탕후루(좌)와 송편·인절미떡 탕후루(우). /사진 = MBN 김가은, 서예림 인턴기자 |
한국인 사로잡은 '중국의 맛'…Z세대 대표 간식 된 '탕후루'
‘파사삭’
과일에 설탕 코팅을 입힌 ‘탕후루’를 먹을 때 나는 소리입니다. 겉은 바삭, 속은 과즙이 톡 터져 나오는 식감이 특징입니다.
중국 길거리 간식으로 잘 알려진 탕후루는, 최근 국내에서 젊은 세대들의 소울 푸드로 등극했습니다.
지난 13일 배달의 민족에서 발표한 ‘배민트렌드2023 가을·겨울편’에 따르면 지난 7월 배민 키워드에서 탕후루의 검색량은 지난 1월과 비교했을 때 무려 47.3배가 늘었으며, 전체 검색어 순위는 3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맹점을 보유한 ‘달콤왕가탕후루’는 지난해 말 43곳에 불과했지만 최근 400여 곳을 돌파했습니다.
식지 않는 탕후루 열풍에 과일 대신 떡·오이·파프리카 등 온갖 식재료를 활용한 특이한 탕후루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약과·마카롱 같은 디저트나 하이볼 같은 주류에 탕후루를 곁들이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이것도 탕후루라고?”.‥기상천외한 신메뉴 '인기'
MBN 취재진은 ‘이색 탕후루’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가게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탕후루 전문점은 떡을 원재료로 탕후루를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마라 떡 탕후루’를 비롯해 추석을 맞아 ‘송편 탕후루’까지 내놨습니다.
해당 가게 업주는 “초기에 개발한 인절미 떡 탕후루가 달달한 설탕 시럽과 담백한 떡의 조합 덕분인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며 “1020세대뿐 아니라 아이부터 어른까지 소비자 연령대도 다양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매장은 '골드 토핑' 추가도 가능한데, 말 그대로 탕후루에 금가루를 뿌리는 것입니다. 업주는 "보통 행사나 파티에 쓰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색다른 맛을 선사하는 동시에 신선한 재미를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각종 디저트와 음료에 탕후루 토핑을 얹은 메뉴를 선보인 곳도 있습니다.
인천의 한 탕후루 전문점은 ‘탕후루 빙수’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곱게 간 우유 얼음에 다양한 과일 탕후루를 곁들인 메뉴인데,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필수일 정도로 인기가 뜨겁습니다.
이 밖에도 ‘탕후루 조각 케이크’, ‘탕후루 크레페’, ‘빵후루’ 등 각종 디저트에 탕후루를 얹은 상품을 공개하는가 하면, 라떼에 탕후루를 접목한 ‘탕후루 라떼’도 출시했습니다.
최근 이곳을 방문했다는 최 모 씨(22)는 “탕후루를 자주 먹는 편인데,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색다른 메뉴를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나타냈습니다. 그는 "요즘 SNS를 보면 별의별 종류의 탕후루가 나오는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같은 현상에 누리꾼들은 “탕후루의 진화가 어디까지 갈까 궁금하다”, “신박하긴 하다, 한 번 먹어보고 싶기도”, “집에서 가까운데 도전해볼까”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평소에는 그렇게 제로 제로 거리더니”, “당 덩어리”, “건강 망치려고 작정했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제기됐습니다.
달콤한 유혹 속 비만·당뇨 위기에 놓인 아이들
↑ 탕후루. /사진 = 달콤나라앨리스 |
'식후탕'(밥 먹고 탕후루)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탕후루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잘못된 식습관이 성장기 아이들에게 당뇨, 비만 등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탕후루 한 꼬치에는 당류 10~25g이 들어있습니다.
하루 권장 당 섭취량이 50g인데, 탕후루 한 개만으로 권장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당을 섭취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지은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MBN과의 인터뷰에서 “탕후루처럼 단순당이 많은 식품을 먹으면 혈당을 낮추려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인슐린이 다량 분비돼도 혈당 수치가 잘 떨어지지 않고 공복·식후 혈당이 계속 상승하는 ‘내당증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될 시 소아·청소년이라도 ‘2형 당뇨’가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7일 열린 '대한비만학회 보험· 정책 심포지엄'을 예로 들며 “최근 소아비만의 외부적 요인으로 ‘후식으로 탕후루를 즐기는 10대의 간식 문화’가 지목됐는데, 여분의 당질은 결국 체내에서 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소아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쓴 ‘제로 탕후루’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이 교수는 “인공감미료가 장기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정확한 고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설탕보다 혈당을 올리는 영향은 적지만, 우리가 계속 단맛을 찾게 되는 것에 대한 자극이 될 수 있어 가급적 줄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탕후루에 관한 뜨거운 관심만큼 관련한 논란도 쉽게 식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급성장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달콤왕가탕후루’의 대표를 다음 달 12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
※ 인기척은 MBN '인'턴 '기'자들이 '척'하니 알려드리는 체험형 기사입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